쇼장에 들어서는 순간, 프레스들은 일제히 무대장치를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나무로 만든 작은 교실이 무대 중앙에 설치돼 있었고, 공중엔 무중력 상태를 표현한 듯 그네와 시소, 자전거가 거꾸로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홍보 담당자가 귀띔해준 키워드는 바로 영화 <킬 빌>. 쇼가 시작되자 <킬 빌>의 OST가 흐르는 가운데 가부키 메이크업을 한 여학생들이 느린 걸음으로 하나 둘 교실로 향했다. 그녀들은 재킷부터 셔츠, 플리츠스커트 그리고 넥타이, 보터 햇, 클래식한 토트백으로 톰 브라운 식 격조를 갖춘 교복을 입고 있었는데, 세 가지 관전 포인트에 눈길이 갔다. 첫째는 치맛단 아래로 한참 내려오는 롱 셔츠 드레스 레이어링. 둘째는 모든 룩에 새겨 넣은 일본풍 동양화. 이는 그냥 프린트된 것 하나 없이 자수, 패치워크, 직조 등 다채로운 기법으로 표현돼 브랜드의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론 위가 뚫린 보터 햇 위로 불쑥 솟은 갈래머리! 학생들이 등교를 마치고, 롱 드레스를 입고 베일을 쓴 애꾸눈의 담임 선생님이 피날레를 알리자 변함없이 주효한 톰 브라운의 위트와 고집이 강렬하게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