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만점의 패셔너블한 시위가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비비안 여사는 이번 컬렉션을 선보이는 쇼장을 대량 소비를 비판하며 금욕주의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시위 현장으로 연출했다. 하지만 피켓을 든 시위대의 고함과 사이렌 소리가 울린 무대연출을 제외하곤 새로운 건 전혀 없었다. 그녀의 컬렉션을 대표하는 비대칭 실루엣 드레스를 시작으로 뷔스티에, 프록, 드레이프 드레스와 하렘팬츠, 스트라이프 셔츠, 오버사이즈 재킷이 마구마구 뒤엉킨 룩이 정신없이 쏟아졌다. 씁쓸하게도 어떤 룩은 레이스 커튼을 뜯어 만든 것처럼 보였으니까. 어쨌거나 그녀의 이 식을 줄 모르는 열정이 아름답긴 하나, 이렇다 할 변신도 새로움도 없다는 건 그녀의 컬렉션이 더 이상 기대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지 않은가. 그저 패션 여왕의 신념이 담긴 용감한 외침을 응원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