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코볼이 반짝이는 천장이 은하계를 상징하는 만큼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룩 역시 별세계를 떠올리게 할 만큼 환상적이었다. 이번 시즌에도 지구온난화와 황폐해져가는 유럽 생태계에 대해 경고하는 메시지를 담았다는 디자이너는 유독 베네치아에 주목했다. “머지않아 베네치아가 가라앉을 거란 이야기가 돌고 있기 때문에 이 유서 깊은 도시를 오마주하고 싶었어요. 카니발을 모티프로 컬렉션을 구상했죠.” 그 결과, 비대칭 드레이프와 해체적인 방식의 커팅을 앞세워 할리퀸을 연상시키는 알록달록한 줄무늬, 다양한 플로럴 프린트를 더한 코스튬이 탄생했다. 특히 구조물을 덧댄 오버사이즈 코트로 얼굴과 몸 전체를 숨긴 룩이나 시퀸을 촘촘히 박은 그물로 만든 새장 코스튬은 이 시대의 익명성을 상징한 것이라고. 점차 상업적인 방향으로 돌아서고 있는 파리 패션위크에서 특유의 색을 잃지 않고 컬렉션에 기괴하면서도 위트 있는 상징을 내포하는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패기를 응원하는 건 나만이 아닐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