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에 놓인 비행기 티켓, 의도적으로 비워놓은 객석을 보니 이번에도 범상치 않은 쇼를 선보이겠구나 직감할 수 있었다. 개인적인 감상을 먼저 전하자면 시종일관 충격적이고 기괴한 룩이 등장하는 통에 정신이 혼미해질 수밖에 없었다. 스트리트 룩을 파격적으로 해체하고 재조합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셰인 올리버의 아방가르드한 미학이 그야말로 ‘ 폭발’했으니까. 소매에 여행 가방이 달린 기상천외한 아우터, 얼굴의 대부분을 가리는 거대한 후드가 달린 점퍼, 여러 개의 소매를 조합하고 다시 커팅한 오버사이즈 코트는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박스 테이프를 칭칭 감은 디테일, 무대를 장악한 퍼포먼스 아티스트의 등장과 객석을 이리저리 누비는 모델들 또한 찌릿한 충격을 주는 데 한몫했다. 그 의도를 단번에 간파하기는 어려웠지만, 쉽게 정의할 수 없는 셰인 올리버의 독보적인 패션 철학은 이번 시즌을 기점으로 뚜렷한 존재감을 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