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울한 기운이 느껴지는 공원을 배경으로 수트를 차려입은 신사들이 등장했다. 그들의 흔적을 따라 모습을 드러낸 우먼 컬렉션은 어찌 보면 괴짜 같은 톰 브라운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담긴 룩이 주를 이뤘다. 19세기 유럽 여성들의 일상적인 옷차림이 떠오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남성의 수트를 해체하고 재조합하는 과정을 거쳤다. 넥타이를 활용한 헤드피스부터 에이프런처럼 연출한 코트, 두 벌의 아우터를 구조적으로 재구성한 룩은 생경하면서도 매력적인 모습이다. 이 밖에 코코 샤넬의 시그니처 룩이 연상되는 클래식한 투피스와 고급스러운 트위드 룩은 올가을 톰 브라운 매장에서 불티나게 팔릴 듯.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피날레에 등장한 드레스가 쇼의 백미였는데, 시폰을 트위드처럼 보이도록 재구성한 웨딩드레스는 그림 같은 장면으로 관객의 뜨거운 박수를 이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