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에서 나눠주는 코코넛 한 통을 받아 들고 쇼장에 들어가자 ‘Tropico Italiano’ 라는 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어마어마한 영 셀럽 군단의 기념 촬영이 끝난 후 본격적인 쇼가 시작되나 싶더니, 모델 대신 나폴리 댄서들이 계단에서 쏟아져 나왔다. 런웨이 위의 브레이크 댄스 타임이 끝나고 나서야 모델들의 캣워크가 시작됐는데, 이 역시 반전의 연속이었다. 마칭 밴드를 연상시키는 재킷과 드럼 모양의 가방 등 ‘트로피컬’ 무드와 거리가 먼 아이템이 등장한 것. 이어서 화려한 십자가 문장, 입체적인 플라워 아플리케, 컬러풀한 주얼을 장식한 의상을 비롯해 물고기, 장미, 파스타, 피자, 성모마리아, 칵테일 등 다소 연관성을 찾기 힘든 각양각색의 프린트가 런웨이를 장식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반짝반짝 빛나는 LED 램프 슈즈에 잠시 현혹되긴 했지만, 쇼가 끝날 때까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지’ 의문이 든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 모든 걸 떠나 두 디자이너의 이탈리아 사랑만큼은 확실히 느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