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토 푸글리시의 컬렉션은 무시무시한 패션 광신도들의 집회 현장 같았다. 종교적인 모티프에 심취한 그는 이번 시즌 극장 안에 자신만의 패션 신전을 지었다. ‘대조의 성지(Shrine of Contrasts)’라고 이름 붙인 (감옥을 연상시키는) 이 제단은 교회의 동상, 십자가, 장미 같은 의미심장한 모티프로 채워졌다. 파우스토는 이탈리아 남부의 아름다움, 가톨릭 교회의 전통과 제약, 그리스 로마 시대 여신과 건축물 등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의상을 자신의 제단에 바쳤다. 트로피컬 플라워 프린트의 섹시한 드레스, 메탈릭한 컬러 블록 블루종, 데님 브라톱과 미니스커트, 십자가나 하트 모티프의 고스 록 티셔츠 같은 ‘쎈’ 의상들이 쉴 새 없이 등장했고, 스터드 디테일과 볼드한 십자가 모티프 주얼리, 리본과 플리츠로 장식한 슈즈 등의 액세서리가 파워풀한 무드를 고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