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산드로 미켈레 식 맥시멀리즘이 정점을 찍었다. “뚜렷한 자각이 일종의 관능적인 공포를 경험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자각의 안정성을 순간적으로 파괴하는 시도를 한다.” 70여 벌의 소름 끼칠 만큼 강렬한 룩이 런웨이를 휩쓸고 지나간 후, 비로소 그가 프로그램 노트에 인용한 알쏭달쏭한 문장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매직 랜턴(Magic Lanterns)’을 테마로 한 이번 컬렉션은 규칙을 찾을 수 없는, 예측 불가능한 요소의 조합이 얼마나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는지를 보여줬다. 오리엔탈리즘, 레트로 무드, 클래식, 스포티즘, 로맨티시즘 등 수많은 요소가 혼재한 옷들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으니까. 입이 떡 벌어지는 화려함의 카오스 속에서 섬세한 비즈 장식과 자수 같은 쿠튀르 요소는 제 몫을 단단히 했고, 영민하게 자리 잡은 커머셜 피스들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수만 개의 거울 조각이 가득한 핑크빛 런웨이는 판타지 무드를 더욱 증폭시켰다. 마치 혼란스러운 꿈속에 들어와 있는 듯 쉽게 정신을 차릴 수 없었던 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