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ver trust a church girl’이란 문구가 큼직하게 자리 잡은 PVC 재킷이 등장한 후드바이에어의 쇼는 공교롭게도 일요일 오후에 열렸다. 얼굴과 머리에 바셀린을 잔뜩 바른 낯선 얼굴의 모델들(몇몇은 전문 모델이 아니었다)이 신발 두 켤레의 뒤축을 붙여놓은 듯 기괴한 웨스턴 부츠를 신고 좀비처럼 런웨이를 걷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다. 점잔 빼는 화이트칼라를 풍자하듯 투명한 비닐 백에 담긴 와이셔츠는 액세서리처럼 활용되었고, 후드 블레이저와 섹시한 홀터넥 톱, 베어백 블라우스 등 기존의 관습을 비웃는 옷들이 줄을 이었다. 후드바이에어의 팬이라면 셰인 올리버가 뮤지션으로 데뷔한 사실을 알고 있을 터. 최근 일렉트로닉 프로듀서 아르카(Arca) 와 함께 작업한 앨범의 제목인 ‘WENCH’ 와 후드바이에어의 스폰서인 란제리 브랜드 허슬러(Hustler), 포르노 비디오 사이트 폰허브(PornHub)의 로고 역시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키치의 덫에 빠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예요.” 백스테이지에서 디자이너가 밝힌 고민만 잘 풀어간다면 후드바이에어의 미래는 꽤 창창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