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에 수백 개의 전구가 매달린 아름다운 런웨이는 마치 마크 제이콥스의 작은 행성 같았다. SF영화 감독 라나 워쇼스키가 떠오르는 캔디 컬러 드레드록 헤어에 비현실적으로 높은 굽의 웨지 플랫폼 부츠를 신은 모델들 또한 지구 밖에 사는 생경한 존재처럼 느껴졌다. 무지개 패턴의 홀로그래픽 시퀸 장식, 메탈릭한 A라인 코트, 한껏 부풀린 소매의 튈 드레스는 이번 시즌 디자이너가 겨냥한 레트로 글램 무드를 물씬 풍겼고, 올봄 스트리트에서 빛을 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님과 밀리터리 재킷, 아노락 등 캐주얼한 아우터가 대거 라인업에 가세했다. 이뿐인가. 런던의 아티스트 줄리 버호벤 (Julie Verhoeven)의 환상적인 일러스트가 데님 재킷과 스웨트셔츠, 백과 슈즈 곳곳에 프린트되었다. 다소 과하고 요란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 또한 마크 제이콥스이기에 가능한 판타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