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9시, 매 시즌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장소에서 열리는 마가렛 호웰 쇼장에 들어서면 브랜드 특유의 차분하고 편안한 온기가 관객을 따뜻하게 맞이한다. 트렌드와 별개의 노선을 달리는 브랜드는 사실 몇 가지 베이식한 시그니처 아이템을 재구성한 컬렉션을 선보이지만, 조금씩 달라지는 스타일링 방식과 소소한 디테일, 소재의 변화만으로도 충분히 구미가 당긴다. 그건 브랜드가 오랫동안 쌓아온 힘이자 셀링 포인트가 아닐까. 스트라이프 셔츠와 네이비 크롭트 팬츠로 시작한 쇼는 세일러 니트와 실크 드레스, 레트로풍의 니트 카디건과 쇼츠, 가벼운 코튼 블레이저와 풀 스커트로 구성됐다. 바삐 일하는 일상에서도 도심을 떠난 휴가지에서도 유행에 관계없이 언제나 필요한 편안하고 수수한 옷가지들 말이다. 앞섶을 어깨 뒤로 젖혀 속살을 은근히 드러내거나 셔츠 밑단을 슬쩍 뺀 스타일링도 당장 따라 하고 싶은 현실적인 제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