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쇼였다. 가방만 한 크기의 아웃 포켓이 달린 유틸리티풍 오프닝 룩을 시작으로, 형체를 정확히 가늠할 수 없는 오버사이즈 셔츠, 스트링으로 불규칙적인 드레이프를 만든 드레스, 율동감 넘치는 플리츠 소재 톱, 잔잔한 듯 화려한 프린트, 그리고 이 모든 것이 혼재된 의상까지! 부드러우면서도 터프하고, 유기적이면서 볼륨감 넘치는 실험적인 피스들이 끊임없이 등장했으니 말이다. 컬러 팔레트도 무척 다채로웠다. 화이트에서 레드, 블루를 거쳐 블랙에 이르는 컬러가 컬렉션 전체에 프리즘처럼 펼쳐진 것(한 벌 한 벌은 기존에 마르니가 보여주던 색감에 비해 무척 미니멀했지만). 여기에 볼륨감을 한층 살린 오버사이즈 백과 마르니의 전매특허인 과감한 주얼리까지 곁들이니 여느 때보다 풍성하고 만족도 높은 쇼가 완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