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가 흐드러진 봄의 들판을 옮겨놓은 듯, 런웨이 사이사이에 피어오른 꽃송이들은 이번 컬렉션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였다. 꽃잎 프린트가 폴카 도트처럼 흩뿌려진 네이비 코트를 시작으로 점점 큰 꽃무늬를 프린트하거나 크고 작게 수놓는 방식으로 반복과 확장을 오간 것. 그의 전매특허인 테일러드 수트를 비롯해 가늘고 긴 실루엣의 서머 드레스들은 부드러운 어깨와 넉넉한 허리선이 보여주듯 여유와 느긋함을 추구했다. 폴 스미스의 근심 걱정 없는 태도가 투영된 때문일까? 어느 때보다 힘을 뺀 컬렉션은 거창하고 요란한 테마와 장식 없이도 충분히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