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부터 말하자면 피터 필로토의 로맨틱한 감성이 가히 폭발한 쇼였다. 지난 시즌 관객을 푸른빛의 겨울 왕국으로 초대했다면 이번에는 정반대로 핑크빛으로 물든 ‘트로피컬 바로크’라는 이름의 동화 같은 세계로 인도한 것. 그 결과 ‘안데스 산맥을 탈출해 숲이 바다를 만나다’라는 설명에 걸맞은 아기자기하고 예쁜 모티프와 색, 소재가 한데 어우러졌다. 아니나 다를까, 디자이너 듀오는 쇼를 준비하기 전 지난 몇 달간 쿠바, 파나마, 에콰도르, 페루에 이르는 라틴아메리카를 여행했는데 그곳에서 이번 쇼의 힌트를 얻었다고. 파이애플, 캥거루, 야자수 모양의 귀여운 자수 패치, 아일랜드산 리넨으로 만든 오프숄더 톱, 은은하게 빛나는 골드 마크라메 소재, 런던 패션위크의 빅 트렌드 중 하나인 깅엄 체크와 부피가 큰 태피터 소재까지. 바로크와 트로피컬이라는 뜻밖의 조합이 조금은 유치했지만 밝고 사랑스럽게 완성된 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