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치코트로 시작해 트렌치코트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이먼 로샤는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이 한 가지 아이템을 깊이 파고들었다. 여기에 특유의 로맨티시즘과 아방가르드한 요소를 더하면서 볼륨과 대비에 관한 실험을 즐겼다. 마치 한쪽을 떼어내거나 허물을 벗기듯 제거한 비대칭 소매, 팔꿈치나 어깨에 단 리본과 매듭, 둥글게 부푼 퍼프소매와 피터팬 칼라가 트렌치코트 위를 장식했고 레이스와 코튼, 가죽 등 성격이 다른 여러 소재가 겹겹이 층을 이뤄갔다. 여기에 주얼을 장식한 레인 부츠, 아일릿 커팅을 더한 장갑과 복주머니 같은 가방까지. 여자들의 동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천상의 로맨티시즘이 여기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