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를 디올의 품으로 떠나보내고 혼자 맞이한 그의 봄은 어느 때보다 화사했다. 여성스러운 핑크 팔레트로 물든 런웨이는 이별했다기보다는 사랑에 빠진 남자의 봄 같았다고나 할까. 아니나 다를까, 컨셉트 노트에도 새로운 시작은 과거를 잊는 데서 비롯된다. 하우스의 핵심만 유지한 채 빠르게 전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 때문일까? 네덜란드 화가 히로니뮈스 보스의 작품을 영국 디자이너 잔드라 로즈가 현대적 패턴으로 완성한 르네상스풍의 룩에서 발렌티노 특유의 고상함과 우아함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