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W 컬렉션이라는 기존 명칭 대신 쇼가 열리는 때가 2월임을 감안해 ‘2월 컬렉션’ 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하고, 런웨이에 오른 아이템을 바로 구매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한 두 번째 버버리 쇼였다. 테마는 영국의 전위적인 조각가 헨리 무어. 비대칭적이고 추상적인 그의 작품처럼 독특하게 자르고 레이어드한 옷이 등장했으며, 수공예 디테일로 꾸민 스웨트셔츠, 볼드한 스트라이프 원피스, 화려한 패턴의 셔츠가 컬렉션을 가득 채웠다. 개인적으로 아카이브에 연연하던 과거보다 흥미롭고 실용적인 결과물로 받아들여졌다. 물론 버버리의 헤리티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도 이뤄졌는데 브랜드를 대표하는 하우스 컬러, 개버딘을 소재로 한 남성과 여성 가방 컬렉션 ‘DK 88’ 과 서로 다른 이름을 가진 78개의 리미티드 에디션 ‘쿠튀르 케이프’가 그 예다. 쇼가 끝난 뒤 든 생각은 단 하나, 이 모든 걸 곧장 만지고 구입할 수 있는 시대에 살아 다행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