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패션 그 이상을 보여주는 꼼데가르송. 이번에도 그 기대에 부응하듯 완전히 새로운 형태와 방식으로 하우스의 비전을 설파했다. ‘실루엣의 미래’를 테마로 쇼를 펼쳤는데, 옷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예술적인 형태의 ‘작품’이 줄지어 모습을 드러냈다. 모델들의 몸은 항아리 같은 실루엣의 옷에 속박되어 있었는데, 이로써 세상의 부조리를 표현했다는 말씀. 한편 폐직물을 뭉쳐서 만든 기이한 옷으로 패스트 패션의 폐해를 꼬집기도 했다. 무엇보다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는 동시에 정교하고 생경하게 완성한 18벌의 옷으로 쿠튀리에의 위용을 과시했다. 트렌드나 실용성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가는 레이 카와쿠보, 패션계의 철학자이자 선도자로서 그녀의 입지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