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 패션의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는 베트멍. 국가와 나이, 성별이 제각각 다른 사람들의 신분증을 인비테이션으로 보낸 것부터 범상치 않았다. 쇼가 시작되자 신분증의 주인인 독일인 관광객, 경비원, 군인, 펑크족, 나이트클럽 경비원 등 다양한 일반인이 자신의 캐릭터를 나타내는 옷을 입고 런웨이를 활보했다. “인물이 지닌 개성을 연구해 최대한 강조하려고 노력했어요.” 뎀나의 설명처럼 ‘평범’이라는 키워드는 영민한 그가 쇼를 이끌어가는 교묘한 장치일 뿐, 모든 옷은 정교하게 트위스트되어 있었다. 오프닝을 장식한 부르주아 할머니만 해도 언밸런스한 밍크 코트, 재단선이 표시된 펜슬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는 말씀. 이렇듯 라이더 재킷, 윈드브레이커, 데님 팬츠 등 평범하고 흔한 아이템이 해체와 재조합을 즐기는 디자이너의 탁월한 능력에 힘입어 새로운 아이템으로 재탄생했다. 이번 컬렉션에는 동성애자와 이민자 등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한 메시지가 담겨 있었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건 모든 옷이 당장 입고 싶을 정도로 쿨해 보였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