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더 락이 옷감이 널브러진 시스 마잔 아틀리에에서 쇼를 펼친 데 이의를 제기할 이는 없을 것이다. 스스로를 컬러리스트라고 칭할 만큼 색상에 공들이는 디자이너에게 이곳만큼 재능을 잘 펼칠 장소는 없을 테니까. 기대했던 대로, 그가 선정한 라이트 옐로와 민트, 라일락, 오렌지와 에메랄드 컬러 패브릭 모두 풍부한 색감을 지니고 있었다. “세탁기 속 패브릭이 쥐어짜지고, 조직이 뒤틀리거나 색감이 빠진 뒤 마르는 모습을 상상했어요.” 의상 역시 이러한 의도에 걸맞게 비대칭적 실루엣으로 다듬었다. 메탈릭한 라미네이트 수트, 풍성한 시어링 코트, 반짝이는 실크 파자마 셔츠와 울 앙상블 등 저마다 꼬여 있거나 절개선이 드러난 식이었다. 현실적인 디자이너가 펼친 컬러풀한 이야기가 더없이 설득력 있게 느껴졌음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