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을 꿈꾸는 타고난 스토리텔러 안토니오 마라스. 그는 이번 컬렉션을 위해 아내 파트리차와 함께 가상의 인물인 18세기의 세밀화 화가 존 마라스를 주인공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써나갔다. 프랑스에서 태어난 존 마라스가 배를 타고 이탈리아 남부 사르데냐에서 뉴욕으로 여행을 떠나며 아름다운 여인과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담은 스토리를 컬렉션으로 풀어낸 것. 레드 컬러, 장미 패턴의 자카드와 플라워 패턴을 수놓은 시스루 원단을 풍부하게 활용한 드레스로 사랑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했고, 그레이 수트를 중심으로 한 클래식 무드의 2막이 그 뒤를 이었다. 마지막에 등장한 빅토리안 스타일의 카리스마 넘치는 블랙 드레스들까지, 총 세 부분으로 나누어 컬렉션을 전개했는데 한 부분이 끝날 때마다 무용수들이 등장해 예술적인 춤을 선보였다. 객석을 후끈 달아오르게 할 만큼 극적인 퍼포먼스이긴 했지만, 그 영향인지 쇼가 끝난 후 기억에 남은 건 옷이 아니라 눈앞을 뛰어다니던 무희들이라는 점이 흠이라면 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