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체 앤 가바나 쇼장에서는 ‘와이파이를 꺼주세요’라는 장내 방송이 계속 흘러나오고, 한 시간 가까이 쇼가 지연돼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영롱한 종소리와 함께 쇼가 시작되자 야유는 환호성으로 바뀌었다. 미니 백을 매단 8개의 드론이 일사불란하게 런웨이를 활보했으니 그럴밖에. 드론이 퇴장하자 ‘Fashion Devotion’이라고 적힌 문을 통해 등장한 모델들이 흥겨운 힙합 음악에 맞춰 캣워크를 펼쳤다. 문에 적힌 메시지에서 느낄 수 있듯 성당 벽화와 닮은 고풍스러운 패턴의 프린트와 브로케이드, 교황이 쓸 법한 왕관 같은 모자, 화려한 자수로 꾸민 슈즈, 호화로운 금색 십자가 목걸이와 이어링 등 종교색이 짙은 아이템이 쏟아져 나왔다. 거기에 스포티한 트랙 팬츠와 점퍼, 프린트 티셔츠 등 1990년대를 대표하는 스포티즘이 담긴 아이템으로 젊은 느낌을 가미했다. 흥겨운 축제 같은 컬렉션은 분명했지만, 총 1백 벌의 옷을 모두 보고 나니 현기증이 날 것 같았다. 혹시 ‘100’이라는 숫자에 얽매여 얼룩말 코스튬 코트와 기린 얼룩무늬 드레스를 등장시킨 건 아닌지 의문이 들기도 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