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수술대가 놓인 초록색 방으로 꾸며놓은 쇼장에 들어서자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뭔가 심상치 않은 걸 ‘창조’ 했으리라는 기대가 증폭됐다. 아니나 다를까, 쇼가 시작되자 눈을 의심할 만한 장면이 펼쳐졌다. 눈이 3개이거나 뿔이 달린, 그리고 뱀과 용, 자신을 복제한 사람 머리를 든 모델이 등장했으니! 미켈레는 미국의 사상가 도나 해러웨이의 에세이 <사이보그 선언문>에서 영감을 얻어 다양한 정체성이 혼재하며 조화를 이루고 변신을 거듭하는, 마치 사이보그 같은 브랜드의 DNA와 시대상을 강렬하게 설파했다. 이 기묘한 소품은 특수효과업체 마키나리움(Makinarium)과 협업해 6개월에 걸쳐 제작했다는 후문. 그렇다면 룩은 어땠을까? 러시아의 바부슈카, 오리엔탈풍 플라워 프린트, 스코틀랜드 식체크패턴등세계각국의문화코드가 공존했고, 아주 고풍스러운 룩에 미국 야구 팀인 뉴욕 양키스와 영화사 파라마운트의 로고, 일본 망가 프린트로 위트를 더했다. 이렇듯 셀 수 없이 많은 다채로운 요소는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집도한 수술을 거쳐 아주 조화로운 컬렉션으로 완성됐으니! 가방이 아닌 자신의 머리를 든 모델이라니, 그 상상력의 한계는 어디일까 다시금 감탄하게 만든 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