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니의 쇼장에 들어서는 순간 휴대폰의 카메라를 켤 수밖에 없었다. 각종 재활용품이 마치 설치미술 작품처럼 자리 잡고 있었으니! 프레스들은 신문지, 양탄자, 스티로폼, 폐의류 등 보통 ‘쓰레기’ 로 분류하는 것들을 쌓아놓은 곳에 앉아 쇼를 감상했다. 사람들이 강박적으로 수집하고 정리하면서 낭비되는 물건에 대해 떠올렸다는 프란체스코 리소는 컬렉션 역시 쇼장과 같은 맥락으로 설계했다. 마치 리사이클링하듯 여러 벌의 옷을 해체한 후 다시 이어 붙이고, 갖가지 프린트와 상반된 컬러를 조합한 룩이 쏟아져 나온 것. 타샤 틸버그가 입은 그레이 코트가 컵받침이나 단열재로 사용하는 재활용 소재를 압축한 직물로 만든 것이라니 믿어지는가? 디자이너는 대담한 패턴과 프린트로 마르니의 아이덴티티를 지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 패션의 윤리적 행보를 상기시킨 ‘개념’ 있는 컬렉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