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모스키노 컬렉션은 제레미 스캇의 장난기에 어쩐지 브레이크가 걸린 것 같았다. 쇼를 감상한 에디터들이 그가 매출 압박에 시달리는 것이 분명하다고 입을 모았을 정도로, 번개 패턴의 피날레 드레스를 제외하고는 매우 실용적인 룩으로 채워졌으니까. 하지만 그의 상상력은 여전히 짓궂었다. 스커트 수트 차림에 필박스 모자와 장갑까지 더해 완벽하게 드레스업 한 재클린 케네디를 오마주한 그녀의 아바타가 줄지어 모습을 드러냈는데, 이 아이디어의 배경이 흥미로웠다. 마릴린 먼로가 외계인의 존재를 알게 되어 이를 은닉하기 위해 존 F. 케네디가 그녀를 암살했다는 음모론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컬렉션을 구상했다고. 룩은 1960년대 스타일의 스커트 수트와 미니드레스로 단조로웠지만, 갖가지 비비드한 컬러로 채색하거나 아티스트 벤 프로스트의 일러스트를 곳곳에 프린트해 리듬감을 더했다. 한편 온몸을 오렌지, 블루, 옐로로 채색한, 팝아트 작품에서 툭 튀어나온 외계인 같은 모델로 감출 수 없는 장난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저런 흥미로운 요소가 있다 해도 옷의 디자인이 너무 단조로운 점이 아쉬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제레미 스캇이 선보인 모스키노 컬렉션 중 평상시에 입을 수 있는 옷이 가장 많다는 점은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