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가 시작되고 처음 등장한 룩을 보는 순간 디자이너의 머릿속을 지배한 사람이 누군지 단번에 눈치챌 수 있었다. 바로 메이저렛(majorette), 여성 악대장이 그 주인공. 먼저 클래식한 까만 모자와 호루라기 네크리스처럼 직접적인 단서로 영감의 대상을 드러냈다. 라인으로 장식한 팬츠, 테일러드 재킷처럼 단정한 제복을 연상시키는 룩 역시 마찬가지. 프린지나 체크와 젖소 무늬에서는 미국적인 느낌이 전해졌는데, 이는 디자이너가 로스앤젤레스 웨스트코스트의 야경 사진을 보며 컬렉션을 구상했기 때문이다. 반짝이는 야자수 패턴이나 피날레를 장식한 밤 풍경이 연상되는 스팽글 장식 코트와 미니드레스를 보면 더욱 분명히 알 수 있다. 이처럼 많은 요소가 공존해 자칫 과할 수 있었지만, 한 컬렉션으로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건 디자이너의 감각적인 색채 조합과 스타일링 덕분일 터. 이번 시즌 악대장 알레산드로 델라쿠아가 진두지휘한 넘버21 의 퍼레이드는 성공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