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디자이너가 떠난 가운데 굳건히 뉴욕을 지키고 있는 톰 포드가 패션위크의 막을 화려하게 열었다. 198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컬렉션은 늘 관능적인 글램 룩을 선보여온 톰 포드답게 상상 이상으로 과감하고 파격적이었다. 네온에 가까운 선명한 컬러와 다양한 애니멀 프린트, 반짝이는 비즈와 스팽글이 만나 이룬 궁극의 화려함에 눈이 부실 정도. 디자이너 톰 포드가 이번 컬렉션을 통해 전하고 싶은 건 80년대 레트로 무드만이 아니었다. 컬렉션 곳곳에 페미니즘과 관련된 키워드가 숨겨져 있었다. 모든 모델이 착용한 넓은 헤드밴드와 실버 컬러의 스타킹은 앤디 워홀의 뮤즈 에디 세즈윅을 연상시켰고,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절제된 수트 역시 남성성을 벗고 화려한 패턴을 덧입었다. 특히 톱 모델 그레이스 하첼이 ‘푸시 파워 (pussy power)’라고 적힌 가방을 당당하게 들고 워킹하는 모습에서 페미니즘이라는 주제를 단번에 떠올릴 수 있었다. 톰 포드는 그가할수있는가장강력한방법으로 #MeToo 운동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