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패션위크에 입성한 디자이너 중 가장 빨리 성장한 인물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시스 마잔이라 답할 것이다. 불과 여섯 시즌 전에 데뷔 쇼를 선보인 아직 ‘신인’이라는 타이틀이 어울리는 그는 결코 신인답지 않은 옷을 만든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런 자신을 자축하기로 마음 먹은 듯 했다. 런웨이에 엄마, 친구들 그리고 평소 가장 동경하는 모델들을 내세웠고, 그들이 입은 옷 한 벌 한 벌에 완벽을 기했다. 노란 비닐 코트와 오렌지색 셔츠 드레스, 파란색 크롭트 톱과 바스락거리는 롱스커트, 모델의 몸에 완벽하게 맞는 핀스트라이프 수트, 늘어진 줄무늬 티셔츠에 짝을 이룬 카고 스커트 등. 한 여자의 일상, 낮과 밤, 특별한 날과 쉬는 날 입는 옷을 한데 모아놓은 느낌이었다. 신인 특유의 부족함이 보이긴 했지만 색 조합에서 천부적인 재능을 보여주는 샌더 락은 완벽한 컬러 팔레트로 허점을 숨겼다. 무엇보다 아들의 옷을 입은 어머니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워킹하는 내내 웃음을 감추지 못하던 샌더 락의 어머니 얼굴이 쇼가 끝난 그날 오후 내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