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나 존재할 법한 흰 꽃을 피운 거대한 나무 아래 둘러앉아 델포조의 쇼를 감상했다. 타고난 로맨티시스트 조셉 폰트는 유리공예가 풀비오 비안코니(Fulvio Bianconi)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쇼장의 초현실적인 꽃나무와 꼭 닮은 옷을 디자인했다. 어깨에 커다란 꽃잎을 닮은 러플이 너울거리는 재킷과 블라우스, 쿠튀르에 버금가게 정성 들인 입체 꽃 모티프를 장식하고 섬세한 수채화 같은 플라워 패턴을 덧입힌 드레스로 여자들을 꿈속으로 안내한 것. 그런데 언제나처럼 고요하고 아름다운 컬렉션을 선보인 그가 갑작스레 안녕을 고했다. 지난 2012년 창립자인 스페인 디자이너 헤수스 델 포소(Jesus Del Pozo)가 세상을 떠난 후, 브랜드를 새로운 가도에 올려놓은 주역이기에 이번 컬렉션이 마지막이라는 사실이 아쉽기만 하다. “6년 동안 델포조에서 이룬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충분히 자부심을 가져도 될 정도로 조셉 폰트가 델포조에서 만들어낸 달콤한 동화 같은 패션 판타지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