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이 급속도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의 분위기를 떠올렸어요.” 서류 가방을 들고 아주 단정한 화이트 팬츠 수트를 차려입은 오프닝 모델이 에밀리아 윅스테드의 공상을 대변했다. 물론 포니테일에 쫑긋한 리본을 묶어 디자이너의 소녀 같고 동화적인 취향을 드러내는 것은 잊지 않았다. 리본은 쇼 내내 등장하며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머리핀을 비롯해 모자와 드레스 뒤에 리본을 달거나 드레스의 윗부분을 커다란 리본 모양으로 디자인하는 것처럼 말이다. 베이비핑크 와 베이비 블루, 노랑과 연두, 짙은 마젠타와 빨강을 아우르는 컬러 팔레트에서도 에밀리아 윅스테드 특유의 여리고 보드라운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일하는 여성이 격식을 지키면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드레스와 팬츠 수트, 그리고 그들의 이브닝 타임을 특별한 기억으로 만들어줄 풍성한 실루엣의 아름다운 드레스까지 다양한 아이템을 적절하게 구성해 박수를 이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