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로 돌아왔다. 세련되고 현대적이며 실용적인 옷을 만드는 일이다.” 지난가을에 이어 이번에도 혼돈의 시대에 공격적이지 않고 친절하며 명쾌한 컬렉션을 구상하고 싶다는 그의 의도는 첫 번째 옷부터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페일 블루 컬러 셔츠에 보라색 새틴 팬츠를 입은 야녹 아이의 룩은 스카프와 페이크 퍼 모자만으로 포인트를 줘 아주 심플했지만, 톰 포드가 꿈꾸는 여성상이 강렬하게 뿜어져 나왔다. 쇼 전반에 등장한 이 룩은 실크 저지, 크레이프, 벨벳처럼 은은한 광택을 머금은 소재로 관능미를 더했다. 컬러 역시 소재만큼이나 다채로웠는데, 이는 디자이너 톰 포드가 로스앤젤레스에서 보낸 지난 2년간 색채의 중요성을 깨달은 결과라고 전했다. 소년 느낌의 테일러링으로 완성했지만 앞서 언급한 소재와 컬러가 더해지자 톰 포드 특유의 관능미가 여지없이 빛을 발했다. 볼드한 체인만으로 포인트를 준 피날레 드레스 역시 모던한 아름다움을 구현해 그가 새롭게 재정립한 미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