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드슨강이 내려다보이는 피어 17에 마련된 쇼장에는 살롱 94가 소장한 데이비드 벤저민 셰리의 산 이미지가 곳곳에 걸려 있었다. 이는 “교육에 대한 비전통적 접근법을 정립하고, 미국 현대미술의 역사를 새로 쓴 블랙마운틴 칼리지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언급한 토리 버치 컬렉션의 시즌 컨셉트를 뒷받침하고 있었다. 런웨이를 누비는 자유로운 기운이 물씬 풍기는 옷들을 보고 있으니 디자이너의 의도가 더욱 명확하게 느껴졌다. 클래식한 테일러드 코트와 트라우저 등 매니시한 룩을 기반으로 했는데, 거기에 꽃무늬와 러플, 플리츠를 더한 로맨틱한 블라우스와 스커트 등을 매치해 반전을 꾀한 것. 이렇듯 격식을 갖추면서도 곳곳에 색다른 요소를 가미한 옷으로 블랙마운틴 칼리지의 도전정신을 계승하고자 했다. 이번 시즌에도 여전히 토리 버치다운 컬렉션을 완성한 부분에는 이의를 제기할 생각이 없다. 하지만 조금 더 로맨틱하거나 모던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끝내 지울 수 없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