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새파란 커튼과 바닥, 나선형으로 이어진 런웨이. 이 심상치 않은 공간에 감도는 기류만으로도 압도적이었다. 일상의 요소를 하이패션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남다른 감각을 인정받은 뎀나 바잘리아의 마음을 움직인 건 이번 시즌에도 유니폼이다. ‘파워 드레싱과 패션 유니폼’을 주제로 완성한 컬렉션은 간결하고 강렬했다. 심리스 기술을 적용한 마스터 카드의 로고를 패러디한 자수 장식 수트와 파워 숄더 드레스 등 여러 테일러드 룩을 비롯해 여성 정치인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코쿤 실루엣이나 박스 형태의 ‘선거용’ 드레스 시리즈도 흥미로웠다. 변함없이 의사, 변호사 등 여러 직업군의 모델을 캐스팅했는데, 특수효과로 광대뼈, 입술 등을 묘하게 과장해 기묘하고 미래적인 모습을 완성했다. 무엇보다 이번 컬렉션의 압권은 풍선처럼 매끈하게 부풀어 오른 피날레 드레스 (크리놀린을 벗으면 평소에도 입을 수 있게 디자인했다)! 아카이브에서 채집한 실루엣을 이토록 실험적이고 예술적으로 승화해내다니 과연 천재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와 뎀나 바잘리아의 DNA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컬렉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