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시대를 주름잡던 엘리자베스 1세의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빈 국립극장에서 12월에 공연하는 오페라 <올랜도(Orlando)>의 코스튬 의상을 제작한다고 발표한 레이 카와쿠보의 독창적인 실험정신은 이번 시즌 더욱 극적으로 발현됐다. 매번 아방가르드한 무드에 다양한 패브릭을 무작위로 해체하고 조합해 예상 밖의 걸작을 창조해내는 그는 이번 시즌 과장되게 부풀린 벌룬 실루엣과 납작하게 눌린 듯 직선적인 라인이 공존하게 했고, 3D 플라워 엠브로이더리 디테일, 금장 브로케이드 자카드 등 꼼데가르송의 예술성을 부각시킬 만한 요소를 곳곳에 투입했다. 물론, 이불을 둘둘 두른 듯한 장미꽃 무늬 드레스며 외계인이 연상되는 미래적 실루엣의 가운 등 난해한 의상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툭툭 튀어나왔지만 뭐 어떤가. 레이 카와쿠보의 마법은 여전히 유효했고, 컬렉션은 예술 전시를 방불케 할 만큼 아름다웠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