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 PARIS 1993’을 시즌 테마로 정한 클레어 웨이트 켈러는 1993년에 과연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캘빈 클라인에서 일하기 위해 뉴욕으로 떠난 영국 출신 그녀의 그 시절 추억은 아주 모던한 형태로 컬렉션 곳곳에 흔적을 남겼다. 라펠이 없는 단정한 재킷, 디스트로이드 데님 피스들 그리고 그래픽처럼 딱 떨어지는 실루엣 등이 바로 그 증거다. 그중에서도 클레어 웨이트 켈러가 ‘미래를 위한 의식’이라고 표현한 1990년대 빈티지 소재를 업사이클링한 데님 팬츠와 코트들을 눈여겨볼 것. 그녀는 이토록 모던한 룩에 지방시 아카이브에서 참고해 로맨틱한 터치를 가미했다. 유연한 드레이핑으로 완성한 블라우스와 드레스, 아워글라스 형태의 코트, 한 폭의 그림 같은 각종 플라워 패턴은 적재적소에서 파리의 향취를 풍겼다. 그중에서도 석류나무, 한련화, 사라사 등 여러 가지 플라워 패턴은 프린트를 비롯해 입체적인 자수 패치로 재탄생해 컬렉션을 더욱 우아하고 특별하게 꾸몄다. 실용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동시대 여자들이 꿈꾸는 우아함을 정확하게 간파한 컬렉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