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나단 앤더슨의 로에베 컬렉션을 보면 무‘ 르익었다’라는 표현이 가장 적합해 보인다. 1백70년 역사의 스페인 브랜드에 전통 공예 기술을 더해 예술적 가치를 부여한 젊은 디자이너는 이번에도 한결같이 눈을 뗄 수 없는 룩을 줄줄이 등장시켰다. 여리고 시적이며 귀족적인 것. 그는 이 세 가지 수식어로 새 컬렉션을 소개했다. 극도로 섬세한 수작업으로 완성했을 것이 분명한 기퓌르와 샹티, 마거리트 레이스와 코튼, 새틴과 조합한 소재만으로도 감탄사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브랜드의 시그니처인 오비 벨트를 재해석한 구조적인 형태의 드레스, 마치 낙하산처럼 커다랗게 부풀리고 스트링으로 주름을 잡아 완성한 코트, 밑단이 드라마틱하게 물결치는 재킷과 팬츠 등 특히 실루엣 탐구에 열을 올린 흔적이 역력했다. 여기에 각종 장식으로 아름답게 변신한 시그니처 백과 함께 새롭게 제안한 둥근 형태의 벌룬 백까지 가세해 한층 농익은 컬렉션이 완성됐다. 디자이너의 의도대로 모든 것이 여리고 시적이며 귀족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