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렉션을 구상하면서 세계대전을 떠올렸어요.” 역사를 재해석해 쇼에 감각적으로 녹여내는 데 일가견이 있는 존 갈리아노의 의도는 이번에도 적중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상에 등장한 미군 K. T. 로빈스와 영국인 간호사 에디스 카벨의 사랑 이야기를 접하고 큰 감동을 받았다. 그 결과 예전 간호사복과 군복에 실험성과 위트를 더해 매우 극적인 컬렉션을 완성했다. 관전 포인트는 존 갈리아노가 다양한 시선으로 변주한 케이프. 밀리터리풍 케이프 코트 한쪽을 어깨에 휙 걸친 채 튈 베일을 쓴 여인이 오프닝에 등장하더니 풍선처럼 봉긋하게 부풀린 아미 그린 컬러 새틴 케이프 재킷이며 가죽 라이더 재킷을 변형한 아이템 등 다채로운 케이프가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정갈한 니트 베스트에 거대한 낙하산을 매단 듯한 점프수트를 매치한 감각이라니! 이뿐 아니다. 존 갈리아노는 무브먼트 디렉터인 팻 보구슬로스키와 협업해 모델들의 독특한 워킹을 시도했는데, 특히 피날레에 등장한 레온 데임의 위태로운 걸음걸이는 이번 시즌 가장 큰 화제를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