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버질 아블로가 구현하는 스포티즘이 힙스터들 사이에서 정석으로 통할 만큼 오프화이트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오프화이트뿐 아니라 루이 비통 맨즈 컬렉션의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데는 버질 아블로의 스타성이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이번 시즌엔 아쉽게도 이 영민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건강상의 이유로 쇼에 불참했지만, 그의 존재감은 여전했다. 쇼를 통해 여성 인권 신장을 응원하며 강인한 여성상을 구현하고 싶었다는 버질 아블로의 의도는 적중했다. 최초의 흑인 여성 비행사 마에 제미슨(Mae Jemison)에게 헌정하는 이번 컬렉션엔 동그랗게 커팅한 디테일이 눈에 많이 띄었는데, 이는 행성의 분화구를 표현한 것이라고 전해졌다. 이 밖에도 낙하산에 많이 쓰이는 나일론과 실크 소재 드레스, 우주를 연상시키는 프린트 티셔츠, 성긴 네트 드레스, 손목에 뱅글처럼 끼는 형태의 미니 백 등 흥미로운 아이템이 대거 등장했다. 프랑스 산업 디자이너 로낭 & 에르완 부홀렉 형제와 협업해 만들어낸 직선 프린트는 또 어떤가. 버질 아블로의 진가가 다시 한 번 빛을 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