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시버튼은 힘을 빼는 데 성공했다. 직전 시즌까지 고수해온 과장된 요소를 버리고, 시각적으로 부담 없으면서 멋스러운 옷을 만들어냈다는 뜻이다. 형태는 단정하게 정돈됐고, 색감과 소재의 조화도 훌륭했으며, 다양한 가운데서도 통일성을 잃지 않은 디자인은 손에 꼽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특히 허리 부분을 구조적으로 변형한 페플럼 재킷은 엄청난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사실 해외 패션위크 기간에 한국인 디자이너의 쇼를 지켜보는 건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은 일이다. 기대와 걱정이 뒤섞이기 때문이다. 이토록 부담스러운 기대와 걱정 속에 디자이너 박승건은 두 번의 연습을 거쳐 극도로 안정된 쇼를 펼쳐냈다. 쇼가 끝난 후 편안한 표정으로 걸어 나오는 그를 보자, 다음 시즌부터는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쇼를 관람해도 되겠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