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 아버지와 멕시코 원주민 어머니 밑에서 자란 릭 오웬스는 앞서 열린 맨즈 컬렉션에 이어 자신의 뿌리 중 멕시칸 성향에 파고들었다.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 장벽을 세우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설파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갖가지 방법으로 멕시코의 이미지를 전달했는데, 흥미로운 건 그동안 언제나 어두운 이미지에 매료되어 있던 그가 밝은 분위기를 택했다는 것. 아마도 그가 유년 시절을 멕시코에서 보내며 추억을 쌓았기 때문일 터다. 먼저 신비로운 믹스텍 문화를 탐구한 듯한 릭 오웬스는 여신 같은 스타일에 몰입했다. 이 세상 옷이 아닌 것 같은 해체적이고 구조적인 드레스를 줄줄이 선보였고, 대부분 마스크 장인 스티브 윈터크로프트 (Steve Wintercroft)가 디자인한 우주적인 아즈텍 왕관을 매치했다. 쇼가 막바지에 다다르자 장관이 펼쳐졌다. 릭 오웬스가 창조한 미래적인 아즈텍 여신들은 팔레 드 도쿄 중앙의 분수에서 끊임없이 솟는 수많은 비눗방울 사이를 유유히 산책했으니! 릭 오웬스가 패션을 통해 전한 평화의 목소리는 분명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