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브라운의 쇼장은 상상력이 남다른 디자이너의 머릿속 같았다. 작은 새들이 날아다니고 그레이 스트라이프 시어서커로 만든 꽃과 작은 분수가 자리한 초현실적인 정원이 펼쳐져 있었다. 쇼 시작 전부터 파스텔 톤 수트를 입고, 과장된 돌고래 모양 하이힐을 신은 몇몇 모델이 마치 동상처럼 서 있어 호기심을 자극했고, 쇼에 참석한 모든 사람이 이 동화 같은 분위기를 즐기며 연신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가 시간 여행을 떠난 곳은 바로 18세기. 톰 브라운의 시그니처 아이템은 모두 아주 고풍스럽게 변주돼 있었다. 커다란 페티코트, 과장된 코르셋, 면사포, 높게 솟은 머리, 분장에 가까운 메이크업은 모두 18세기를 가리키고 있었다. 특히 시어서커를 아주 독특한 방법으로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이를테면 셔츠에 타이를 메고 베스트와 재킷을 입은 룩을 자세히 보면 시어서커를 일일이 재단해서 봉제한 트롱프뢰유 기법으로 만든 것이다. 마치 오페라 공연의 한 부분을 본 듯한 퍼포먼스와 만화처럼 기상천외한 의상들은 오직 톰 브라운이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