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의 웨스 고든이 캐롤리나
헤레라를 집도한 지 어느덧 2년이
흘렀다. 분명한 건 캐롤리나 헤레라에
젊은 피가 안정적으로 수혈되고 있다는
사실이고, 브랜드를 찾는 사람들의
나이 역시 분명 어려졌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것이 디자이너 캐롤리나
헤레라가 원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경쾌하고 사랑스러운 업타운
걸들이 사교 모임에 참석할 때
캐롤리나 헤레라의 드레스를 가장 먼저
고려하리라는 건 자명해 보인다. “이번
시즌 나의 비전은 위대한 몸짓이다”라고
천명한 그는 무엇이 옷을 특별해 보이게
하는지 고민하며 본질에 다가서려 했고,
모든 것을 정제했다며 미니멀리즘을
설파했다. 그의 설명대로 대담한
컬러와 볼드한 플라워 패턴을 재료로
삼긴 했지만 룩의 실루엣은 더할 나위
없이 단순하고 명쾌했다. 그중에서도
러플이 어깨를 사선으로 가로지르거나
거대한 꽃잎처럼 층층이 쌓였는데,
묘하게 과하지 않고 미니멀한 인상으로
다가왔다. 본인이 원하는 이미지를
정확하게 전할 수 있는 웨스 고든의
감각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