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여성스럽다’는 말을 지양한다.
표현 자체가 품고 있는 편견 때문이다.
그렇지만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는
여성스러운 것에 대한 정의를 지극히
펜디스럽게 재해석했다. 영감의 원천은
1975년 당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영화 <미스트레스(Ma tresse)>다.
평범한 중산층 여자가 지하실에서 성적
지배자로 사는 이야기로 칼 라거펠트가
코스튬을 맡았다. 이는 지나치게 부풀린
소매, 날씬하게 강조된 허리, 엉덩이부터
무릎까지 옴짝달싹할 수 없을 만큼
딱 맞는 펜슬 스커트와 코르셋 톱으로
표현되어 런웨이에 올랐다. 오해를
사기 쉬운 룩이 많았다. 하지만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는 이를 카렌 엘슨, 팔로마
엘세서, 캐럴린 머피에게 입혔다. 깡마른
여자가 아닌 친구 같은, 아는 언니
같은, 나 자신 같은 여자에게 입혀 우리
모두 나이, 몸무게, 생김새를 불문하고
섹시하고 강인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펜디는 쇼 노트에
‘안방에서부터 중역 회의장까지 소화
할 수 있는 옷이라’고 적었다. 회사 미팅
자리에 적합한지는 의문이었지만 쇼장을
찾은 몸 사이즈가 각기 다른 여자들을
만족시키기엔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