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다테가 쓰는 동화는 언제나
달콤하지만 살벌하다. 이번에도
사랑스러운 느낌과 그로테스크한
무드, 둘 사이를 교묘하게 오갔다.
그 줄다리기의 중심에 자리한 건
바로 드라큘라. 촛불을 밝힌
세인트 바살러뮤 교회에서 쇼가
열렸는데, 마치 비밀스러운 의식이
치러질 듯 음산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겼다. 1992년 영화
<드라큐라>가 사사한 영감은 검은색에
가까운 보랏빛으로 물든 입술, 고딕풍
플라워 패턴, 스산하게 빛나는
어두컴컴한 컬러 팔레트, 비즈로 수놓은
거미줄과 핏방울이 연상되는 프린지
장식으로 표현됐다. 흥미로운 건 마치
순수한 소녀가 드라큘라 백작의 마수에
빠져 퇴폐적인 여인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표현한 듯 러블리한 드레스와
스커트 수트로 시작해 고스 무드의
스팽글과 섹슈얼한 시스루 드레스로
쇼를 이어갔다는 점이다. 피날레에
요정 같은 플로럴 패턴 드레스와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등장시켜 로다테가 각색한
<드라큐라>는 분명 해피 엔딩일 거라는
상상을 불러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