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 그중에서도 조각가를 향한
애정이 지대한 더 로우의 디자이너
자매는 쇼가 열리기 며칠 전 작고한
베벌리 페퍼의 작품을 쇼장에 설치하며
그녀를 추모했다. 그러고 보면
베벌리 페퍼의 조각품과 더 로우의
컬렉션은 꼭 닮았다. 둘 다 공통적으로
구조적이고 간결하며 힘이 느껴지는
형태를 통해 미감을 추구하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특유의 차분한 컬러
팔레트는 여전했고, 발라클라바와
장갑 등으로 살을 가려 더욱 단순하고
명료하게 실루엣을 강조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마디로 모델들마저 걸어
다니는 조각품처럼 느껴졌다고 할까?
코트와 베스트, 셔츠와 터틀넥 등 여러
아이템을 톤온톤으로 레이어링하거나
미묘한 톤 차이만 주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었으리라. 흠잡을 데 없이 재단한
룩들은 새빌 로의 정신을 이어받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되새기게 했다.
더 로우는 어느덧 뉴욕 패션위크 데뷔
10주년을 맞이했다. 이제 쌍둥이 자매를
셀러브리티가 아닌 디자이너로 추앙하는
사람이 많은 걸 보면 성공적인 행보를
걷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