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린 것처럼 연출한 런웨이 위로
동물의 탈을 쓴 모델들이 걸어 나왔다.
주로 남녀 한 쌍을 이루어 등장한
모델들은 톰 브라운이 성경 속 ‘노아의
방주’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은 사실
을 짐작하게 만들었다. 무거운 주제와
달리 알록달록한 색감과 브랜드
고유의 동물 패턴을 사용한 덕에 쇼의
분위기는 경쾌했다. 젠더리스 패션에
관한 톰 브라운의 일관적인 해석
역시 주목할 만했다. 남성 모델들이
계속 스커트를 입고 등장한 것. 쇼
말미에는 남성 모델들을 동성 커플처럼
보이게 연출하며 동성애에 관한
긍정적인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중은 톰 브라운의 컬렉션에 때때로
동화적이라거나 유치하다는 혹평을
쏟아내지만, 고리타분하고 이분법적인
성별 구분이 존재하지 않는 그의
세계는 적어도 고정관념으로 가득한
현실 세계보다는 월등히 성숙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