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스마라 쇼장에 <올드보이> OST
수록곡 ‘Farewell, My Lady’가
흘렀다. 프런트 로에 앉아 가슴에 손을
얹었다. 때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한 지
고작 열흘 뒤였다. 이탈리아의 작은
영화관에서 <기생충>을 상영하고 이
나라를 대표하는 브랜드의 쇼장에
박찬욱 감독의 영화음악이 울리다니.
감동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막스마라
2020 F/W 컬렉션은 넓고 깊은 겨울
바다로 항해를 떠나는 여성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겨울의 바다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춥고 거칠다. 선장은
어떤 옷을 입어야 할까? 바람 들 곳 없이
재단된 세일러 코트, 로프로 허리를
단단히 고정한 후드 코트, 귀까지 덮는
비니는 필수다. 그렇다고 여성성을
포기할 수 없는 일. 거친 파도를
형상화한 러플 장식이 데님 셔츠의 어깨,
단단한 치맛단, 다운 점퍼에 더해진
이유다. 막스마라는 겨울 항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튼튼하고 우아한 유니폼을 제안했다.
항해는 자신 없지만 크림색 세일러
코트와 함께하면 그 어떤 풍파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