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밝히자면, 맥시멀리즘의 대가 도메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 듀오의 진가가 빛을 발한 컬렉션이었다. 다양한 종류의 꽃과 레오퍼드, 도트, 스트라이프 등 현존하는 패턴을 모조리 모아 짜깁기한 듯한 리조트 룩이 수도 없이 쏟아졌으니 말이다(‘시칠리아를 상징하는 프린트의 패치워크’란 테마에 이보다 더 충실할 순 없을 듯하다). 이번 컬렉션은 프린트뿐 아니라 꽤 다양한 실루엣이 눈에 띄었는데 이는 스페인, 아라비아, 노르만, 프랑스 문화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하우스의 장인정신을 최대로 발휘해 시폰, 조젯, 데님 등 폭넓은 소재를 한데 조합한 기술력 또한 인상적이었다. 다만, 돌체 앤 가바나가 1993년 선보인 컬렉션에서 직접적인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쇼에 등장한 아흔여덟 벌이 전부 비슷해 보일 만큼 신선한 요소가 부재한 것이 문제였다. 이탈리아에 바치는 돌체 앤 가바나 듀오의 일편단심 러브 레터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