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아 벤투리니 펜디는 브랜드가 맞을 큰 변화에 앞서 열과 성을 다해 컬렉션을 준비한 것이 분명하다. 2021 F/W 시즌부터 킴 존스가 펜디의 여성복 디자이너로 부임하면서 이번이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가 홀로 주도하는 마지막 컬렉션이기 때문에 감회가 새로웠을 것이다. “펜디는 유서 깊은 가족 기업이에요. 가족들과 함께 보낸 시간을 추억하며 컬렉션을 완성했죠.” 로마에 있는 집 창가나 정원에서 안과 밖을 들여다보며 보낸 소중한 기억은 오간자 위에 그림자 형태로 아름답게 프린트됐다. 그는 상반되는 요소 사이의 충돌을 감각적으로 조합해내는 데도 집중했다. 그 결과 스포티즘과 로맨티시즘, 여성성과 남성성, 감추거나 노출하는 것을 모두 느낄 수 있다. 가벼운 리넨 코트와 투명한 오간자 드레스를 선보이는가 하면 무거운 깃털 스커트와 도톰한 퍼, 덕다운 아우터가 공존하는 것 또한 흥미로웠다. 액세서리는 또 어떤가? 돌돌 만 수건을 콕 끼운 라피아 피크닉 백이며 재활용 PVC로 짠 미니 장바구니 백도 귀엽지만 가장 눈에 띄는 건 쉬어 바게트 백이었다. ‘핸드 인 핸드’ 바게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선보인 이 백은 이탈리아 아브루초주와 마르케주 장인들과 합작한 결과로 15세기 베네딕토 수녀회에서 사용한 기법을 따른 것이 특징이다. 결론은? 처음부터 끝까지 펜디 하우스를 향한 실비아의 애정이 듬뿍 묻어난 컬렉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