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암바티스타 발리는 트렌드와 관계없이 자신만의 디자인 세계를 굳건히 지켜내는 디자이너지만, 이번 시즌에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언제나처럼 살결이 은은하게 비치는 소재와 러플 등 로맨틱한 디테일, 부드러운 컬러와 리본 액세서리를 적극 활용하되 사랑스러운 분위기와 대비되는 짙은 스모키 메이크업, 버킷 햇이나 미래적인 디자인의 선글라스로 힙한 무드를 가미한 것. 물론 매 시즌 큰 변화를 추구하는 다른 브랜드에 비하면 이 정도 변화는 극도로 소극적이다. 그러나 브랜드가 고상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세계 곳곳의 부유한 여성을 타깃으로 삼는 점을 상기하면 일률적인 디자인에 소소한 자극을 주고 싶어 한 디자이너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특히 리본 장식 외에 어떠한 요소도 더하지 않은 블랙 콜드 숄더 드레스는 지금껏 보지 못한 지암바티스타 발리의 모던하고 미니멀한 면모를 담고 있으며, 좀 더 동시대적인 모습을 보여줄 다음 컬렉션에 궁금증을 품게 만들었다.